딸의 댄스 앱 만들다 '회사의 AI 마스터'가 됐다 — 오사카가스 엔지니어의 현장 매뉴얼 혁신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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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제이커브
카테고리
일본
이 글은 일본 에너지 인프라 기업 오사카가스가 AI를 도입하면서 무엇을 걸고 실험했는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조직이 어떻게 일하는 방식을 바꾸었는지를 정리한 사례입니다. 국내에서도 비슷한 실험을 준비하는 팀이 참고할 수 있도록, 의사결정 구조·조직 운영·변화 지표에 초점을 맞춥니다.
케이스 한눈에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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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산업: 일본 / 에너지·인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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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오사카가스(大阪ガス) — 일본 4대 도시가스 사업자로 전국 판매량 2위, 그룹사 155개, 임직원 약 2만 명 규모의 간사이 지역 대표 에너지 기업
"처음에 베테랑 분께 배울 때는 알 것 같았는데, 나중에 혼자 하려니까 '이게 맞나?' 싶은 순간이 너무 많아요."
겉보기엔 평범한 기술 전승의 어려움입니다. 하지만 이 팀이 처한 상황은 조금 달랐죠. 최근 몇 년 사이 베테랑 5명이 정년퇴직으로 빠져나갔고, 남은 숙련자는 단 3명. 전기·기계·화학을 넘나드는 복합 기술을 가르쳐야 하는데, 가르칠 사람도, 배울 시간도, 정리된 문서도 없었습니다.
문제의 본질은 '매뉴얼이 없다'가 아니었습니다. 매뉴얼을 만들 여유가 없다는 것이었죠. 중견 엔지니어들은 자기 업무를 소화하면서 동시에 신입을 가르쳐야 했고, 그 과정에서 '기록'은 늘 후순위로 밀렸습니다.
베테랑 엔지니어가 신입에게 작업을 설명중
AI가 대신한 것, 인간이 남긴 것
미야하라 씨가 찾은 해법은 의외로 단순했습니다. "말로 하면서 찍고, AI가 정리하게 하자."
기존 방식과 새로운 방식의 차이를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도입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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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테랑이 신입 옆에서 직접 시연 → 신입이 메모 → 나중에 기억에 의존해 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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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뉴얼 작성 시도 시, 문서화에만 반나절 이상 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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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소음으로 인해 구두 설명의 전달력 한계
도입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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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자가 카메라로 손 작업을 촬영하며 절차를 음성으로 설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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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가 영상을 분석해 음성을 텍스트로 변환, 단계별 절차로 자동 정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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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에서 필요한 장면을 캡처해 이미지로 삽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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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소요 시간: 약 15분
핵심은 AI가 '창작'한 게 아니라는 점입니다. AI는 숙련자의 암묵지(暗黙知)를 구조화된 형식지(形式知)로 변환하는 역할만 했습니다. 어떤 작업을 어떤 순서로 설명할지, 어떤 부분에서 주의를 줄지는 여전히 인간의 판단 영역이었죠.
미야하라 씨의 설명이 인상적입니다.
"엔진 옆은 굉장히 시끄러워서 제 목소리가 안 들려요. 이렇게 문자와 사진으로 남겨두고, 이후에 말로 보충 설명하는 게 상대방의 이해도를 훨씬 높이더라고요."
작업 절차 플로우
댄스 앱에서 시작된 실험 — 조직은 어떻게 받아들였나
흥미로운 건 미야하라 씨가 AI 전문가가 아니었다는 사실입니다. 생성 AI를 처음 접한 건 불과 8개월 전, 2024년 4월이었습니다.
계기는 엉뚱하게도 딸의 댄스 연습이었죠. "선생님 시범 영상과 자기 모습을 나란히 보면서 비교할 수 있으면 연습이 쉬워지지 않을까?" 이 단순한 아이디어를 AI에게 던졌더니, 1시간 만에 두 화면을 동시에 보여주는 앱이 완성됐습니다. 딸의 반응은 "엄청 알기 쉽다"였고, 아빠로서의 주가도 올랐다고 합니다.
이 '성공 체험'이 업무 적용으로 이어졌습니다. 개인적인 호기심에서 시작한 실험이 조직의 문제 해결로 확장된 것이죠.
오사카가스 그룹 차원에서도 이런 흐름을 적극 지원했습니다. 2022년부터 AI 활용 강화에 나섰고, 최근에는 'D1 그랑프리'라는 사내 AI 활용 경진대회를 개최했습니다. 그룹 2만 명 중 653건의 아이디어가 접수됐고, 미야하라 씨의 '15분 매뉴얼 생성법'이 우승을 차지했습니다.
수상 소감에서 그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모두의 업무가 편해지도록 계속 노력하겠습니다."
거창한 디지털 전환 선언이 아니라, 동료의 수고를 덜어주겠다는 실용적 목표. 이것이 현장 주도 혁신의 동력이었습니다.
사내 AI 활용 경진대회(D1 그랑프리)에서 발표중인 미야하라 씨
90% 시간 단축, 그리고 '심리적 안전망'
정량적 성과는 명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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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뉴얼 작성 시간: 기존 대비 90% 단축 (반나절 → 1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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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1 그랑프리 참여: 그룹 2만 명 중 653건 접수, 3명 결승 진출 후 우승
하지만 현장에서 더 의미 있게 받아들여진 건 정성적 변화였습니다. 신입사원의 이야기입니다.
"확실한 문서가 남아 있으니까, 혼자서 해보게 됐을 때 든든해요."
매뉴얼은 단순히 절차를 알려주는 문서가 아니었습니다. "틀려도 다시 확인할 수 있다"는 심리적 안전망 역할을 했죠. 베테랑에게 반복해서 물어보는 것이 부담스러웠던 신입사원들에게, 문서화된 지식은 '언제든 돌아갈 수 있는 기준점'이 됐습니다.
일본 기업의 생성 AI 활용률은 아직 절반에도 미치지 못합니다. 가장 큰 장벽은 "효과적인 활용법을 모르겠다"는 막연함이죠. 미야하라 씨의 사례가 시사하는 건, 거창한 시스템 도입이 아니라 "내 옆 동료의 반복 업무를 하나 줄여보자"는 작은 질문에서 시작해도 된다는 점입니다.
완성된 매뉴얼을 보며 작업하는 신입사원
에디터의 한마디 — 팀제이커브의 관점
이 사례에서 AI는 주인공이 아닙니다. 주인공은 "딸 댄스 앱이나 만들어볼까"라고 생각한 한 엔지니어의 호기심, 그리고 그 호기심을 업무에 연결한 문제 정의 능력입니다.
많은 조직이 AI 도입을 고민하면서 "어떤 툴을 쓸까"부터 시작합니다. 하지만 오사카가스 사례는 다른 질문을 던집니다.
"우리 팀에서 가장 반복적이고, 가장 시간이 아깝고, 가장 '누군가는 해야 하는데 아무도 안 하는' 일은 무엇인가?"
그 질문에 먼저 답할 수 있다면, 툴은 그다음 문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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